‘스킨풋’에서 같은 세기로 눌렀을 때 횡파와 종파가 측정된 것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휴대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컴퓨터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개발되고 있다. 이것의 일종인 ‘스킨풋(skinput)’은 말 그대로 우리 몸의 피부를 터치스크린처럼 이용해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이다. 스킨풋의 장치는 손바닥이나 팔뚝에 메뉴 화면이 나타나도록 해 주는 투영기, 사용자가 피부를 손가락으로 건드릴 때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진동 센서, 그리고 검출된 진동을 컴퓨터로 전송하는 연결 장치로 구성된다. 투영기에 의해 화면이 팔뚝이나 손바닥에 비칠 때 해당 피부 영역을 건드리면 이때 피부의 진동이 발생한다. 스킨풋은 이 진동으로 사용자가 건드린 피부의 위치를 감지하여 해당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러한 기술이 가능한 것은 손가락으로 피부를 누를 때 위치에 따라 진동의 전달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팔뚝의 일정한 위치에 진동 센서를 부착하고 스킨풋을 시행할 때 각 피부의 위치에 따라 센서에 검출되는 진동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주파수의 성질들은 서로 달라진다. 그것은 각 지점마다 근육과 뼈 같은 신체 구성 성분의 위치와 모양이 서로 다르고 센서와 손가락으로 누른 지점까지의 거리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피부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몇 가지 다른 형태의 진동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그중 일부는 소리가 되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남은 진동은 마치 파도처럼 피부 표면을 타고 전파되는 횡파와 몸속으로 전파되어 뼈를 진동시키고 다시 피부로 돌아오는 종파로 나뉜다. 이 종파와 횡파에서 만들어내는 진동의 주파수들이 위치 검출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횡파는 진동을 발생시킬 때 손가락이 누르는 힘의 세기와 누르는 피부 부위의 강도, 그리고 조직의 연성에 따라 진폭이 달라진다. 누르는 세기가 같을 때는 누르는 속도가 빠르면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의 진동이 많이 발생한다. 주파수가 높은 진동은 상대적으로 더 빨리 전달되며 전달의 정확도도 그만큼 높다. 또한 횡파는 접촉하는 부위의 살이 두꺼울수록, 피부가 부드러울수록 전파되는 진동의 진폭이 커져서 멀리 전달된다. 횡파는 종파보다 진폭이 큰 진동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피부 표면에서 큰 진폭으로 출렁거리며 진행하는 횡파와 달리 종파는 피부 조직과 그 아래 몸속의 연조직을 지나 뼈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이 종파는 뼈를 진동시키게 되고 이 진동은 다시 피부로 되돌아온다. 종파는 횡파에 비해 변형이 작고 고체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법칙을 잘 따른다. 종파는 횡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주파수를 진동 센서가 감지하고 연결 장치가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컴퓨터에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스킨풋은 아직까지는 초기 개발 단계로 간단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만 가능하다. 사람마다, 또한 같은 사람이라도 부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팔꿈치와 손가락 사이에서는 평균 95% 정도의 정확도로 입력하려는 정보를 구분할 수 있다. 이 수준은 현재의 키보드를 대신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체의 일부를 이용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지면 모니터나 키보드가 필요 없는 컴퓨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 : 사용자인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여 주는 장치.


― 크리스 해리슨 외, ‘스킨풋 : 입력장치로서의 신체에 대한 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