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탑'이 있는 건물 ©오마이뉴스


여름철에는 열대야가 길어지고, 겨울철에는 한파가 이어지거나 폭설 등의 기상 이변이 발생하면서 지구 환경 생태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우리의 삶에 위협을 ㉠주는 이러한 이상 기온 현상의 주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에너지 남용으로 인한 과도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지적하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이다.


블루 이코노미란 단순히 친환경적인 소재나 기술의 개발이 아닌 보다 능동적으로 자연 생태계의 순환 시스템을 모방한 방식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의 에너지 사용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두는 시스템들이 개발되고 있다.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블루 이코노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이러한 시스템은 오래 전부터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이란의 ‘야즈’라는 도시에 가면 연기가 나오지 않는 오래된 굴뚝들이 많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굴뚝들은 집 안을 시원하게 하거나, 얼음을 보관하는 창고의 냉각 장치로도 이용되는 것으로 ‘바람탑’이라 불린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바람탑’의 입구를 내면 외부의 시원한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집 안의 뜨거운 공기는 위로 상승하여 ‘바람탑’의 출구를 통해 외부로 배출되는 것이다. 이는 건물 내부와 외부 공기의 온도차와 관련된 대류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차가운 공기가 집 안을 시원하게 유지시켜 주어 다른 에너지의 소비 없이 냉방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와 관련된 시설의 단면도

또한 ‘바람탑’은 ㉮지하 수로와 연계한 천연냉장고의 냉각 장치로도 사용되었다. 이는 공기의 속력과 압력은 반비례한다는 원리와 공기의 흐름은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바람탑’의 입구로 들어온 바람은 입구의 좁은 통로를 지나면서 속력이 빨라지게 되어 창고 내부에 저압 구역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지면에서 부는 뜨거운 바람이 지하 수로와 연결된 좁은 통로를 만나게 되면, 공기의 속력이 빨라져 지면보다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아지게 된다. 압력 차로 인해 수로에 유입된 공기는 차가운 지하수와 접촉하면서 열을 빼앗긴 상태로 창고 내부의 저압 구역으로 공급된다. 그렇게 되면 창고 내부의 뜨거운 공기가 대류현상에 의해 상승하여 배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이란에서는 오래전부터 시원한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생태계의 균형을 깬 대가를 치르고 있는 요즈음,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인(先人)들의 지혜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이재인, <건축 속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