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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 무엇을 내느냐에 따라 서로의 승패는 확연히 갈리지만 이 게임의 묘미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데 있다. 이렇게 서로 끝없이 물고 물리는 가위바위보의 관계가 생물 다양성을 설명하기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한 연구팀은 동물의 장내에 서식하는 대장균 중 서로 다른 세 집단 간의 증식 경쟁에서 가위바위보의 관계를 관찰했다. ‘집단 C’는 콜리신이라는 독소를 생산하고, ‘집단 S’는 다른 집단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식하지만 콜리신에 의해 증식이 억제된다. ‘집단 R’은 ‘집단 C’보다 빠르고 ‘집단S’보다 느린 증식 속도를 가진 반면 콜리신에 저항성을 지닌다. 세 집단 중 두 집단씩을 각각 섞어 배양하면 증식 속도의 차이로 인해 집단 간 증식 경쟁에 따른 승패가 확실하다. 반면 세 집단을 서로 인접시켜 배양하면, 각 두 집단 간의 경계에서는 일방적으로 영역을 침범하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결과적으로 가위바위보의 관계 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삼자 간의 공존 관계가 관찰된다.


다른 연구팀은 생쥐들의 장내에 세 대장균 집단을 투여한 후 각 집단 간의 증식 경쟁을 살폈다. 그 결과 한 시점에는 생쥐 개체별로 어느 한 집단이 우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세한 집단이 일정한 순서로 계속 바뀌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서로 격리된 여러 공간에서 세 집단이 동시에 우세 집단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 사례는 생태계에서 절대 강자가 없을 수도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로 거론된다. 생물 간 경쟁을 설명하는 방식 중 승패가 명확한 양자 간의 관계에 비해, 삼자의 병존 가능성을 보여 주는 가위바위보의 관계는 생물 다양성의 설명에 보다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