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아주 긴 때 적막한 방 안에 어둑한 그림자 말 없는 벗이 되어 외로운 등 심지를 태우고 전전반측(輾轉反側)하여 밤중에 어느 잠이 빗소리에 깨어나니 구곡간장(九曲肝腸)을 끊는 듯 째는 듯 새도록 끓인다 하물며 맑은 바람 밝은 달 삼경(三更)이 깊어 갈 때 동창(東窓)을 더디 닫고 외로이 앉았으니 임의 얼굴에 비친 달이 한 빛으로 밝았으니 반기는 진정(眞情)은 임을 본 듯하다마는 임도 달을 보고 나를 본 듯 반기는가 저 달을 높이 불러 물어나 보고 싶은데 구만리장천(九萬長天)의 어느 달이 대답하리 묻지도 못하니 눈물질 뿐이로다어디 뉘 말이 춘풍추월(春風秋月)을 흥 많다 하던가 어찌한 내 눈에는 다 슬퍼 보이는구나 봄이라 이러하고 가을이라 그러하니 옛 근심과 새 한(恨)이 첩첩이 쌓였구나 세월이 아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