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하나같이 고개들을 숙인 채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꾸중 듣는 어린아이들처럼 그들의 표정 속에는 공포와 불안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내 몸에서 갑자기 모든 불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목을 조르던 공포와 긴장이 뜻밖에도 아주 빠르게 안도와 기쁨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거사는 실패했다. 그리고 거사가 실패했 다고 생각하자, 실패가 오히려 아주 당연한 귀결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불안과 공포에 떤 자신이 나는 이 순간 견딜 수 없이 우스꽝스러웠다. 지금까지 나를 짓눌러 온 온갖 불안에서 나는 불과 몇십 초 사이에 깨끗하게 해방된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나는 또 한 번 무서운 공포에 휩싸였다. 그것은 안도감에 잠긴 나를 몽둥이로 내려치듯이 통렬하게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