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옷과 밥을 두고 들먹은 저 고공아 우리 집 내력을 아느냐 모르느냐 비오는 날 일 없을 때 새끼 꼬며 이르리라 처음의 할아버지 살림살이하려 할 때 어진 마음 많이 쓰니 사람이 절로 모여 풀을 베고 터를 닦아 큰 집을 지어내고 [A] 써레, 보습, 쟁기, 소로 전답을 경작하니 올벼논 텃밭이 여드레갈이로다 자손에게 물려줘 대대로 내려오니 논밭도 좋거니와 머슴도 근검터라 저희마다 농사지어 가멸게 살던 것을 요사이 머슴들은 철이 어찌 아주 없어 밥사발 큰지 작은지 옷이 좋은지 궂은지에만마음을 다투는 듯 호수를 시기하는 듯 무슨 일 생각 들어 흘깃흘깃하느냐 너희네 일 아니하고 시절조차 사나워 가뜩이나 내 세간이 졸아들게 되었는데 엊그제 날강도에 가산을 탕진하니 집 하나 불타버리고 먹을 것이 전혀 없다 크나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