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천문학 (11)

독서/과학

서양 우주론의 발전과 이에 영향 받은 중국의 우주론(2018, 수능)

16세기 전반에 서양에서 태양 중심설을 지구 중심설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시작된 천문학 분야의 개혁은 경험주의의 확산과 수리 과학의 발전을 통해 형이상학을 뒤바꾸는 변혁으로 이어졌다. 서양의 우주론이 전파되자 중국에서는 중국과 서양의 우주론을 회통하려는 시도가 전개되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적 유산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여 푸는 수학적 전통을 이어받은 코페르니쿠스는 천체의 운행을 단순하게 기술할 방법을 찾고자 하였고, 그것이 ⓐ일으킬 형이상학적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는 우주의 중심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지구의 주위를 달, 태양, 다른 행성들의 천구들과, 항성들이 붙어 있는 항성 천구가 회전한다는 지구 중심설을 내세웠다. 그와 달리..

독서/과학

세종의 역법 제정과 『칠정산』(2019, 고3, 3월)#*

전통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역법은 연월일시의 시간 규범을 제시하는 일뿐만 아니라 태양, 달 그리고 다섯 행성의 위치 변 화를 통해 하늘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역법의 운용과 역서의 발행은 나라를 다스리는 중요한 통치 행위였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는 국가 기구를 설치하여 역법을 다루었고 그곳의 관리에게만 연구가 허락되었다. 『서경(書經)』에서 말한 ‘하늘을 관찰하여 백성에게 시간을 내려준다.’라는 뜻의 관상수시(觀象授時)는 유교 문화권에서 역법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를 잘 드러낸다. 관상수시는 하늘의 명을 받은 천자에게만 허락된 일이므로 고려 시대에는 중국의 역을 거의 그대로 따라야 했다. 고려 초에 도입된 선명력은 정확성이 부족하여 고려 말에는 정확성이 높아진 수시력을 도입했다. 수시력은 계산 식이 복잡해 ..

독서/과학

슈퍼문이 발생하는 까닭(2014, 수능B)*

우리는 가끔 평소보다 큰 보름달인 ‘슈퍼문(supermoon)’을 보게 된다. 실제 달의 크기는 일정한데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현상은 달의 공전 궤도가 타원 궤도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타원은 두 개의 초점이 있고 두 초점으로부터의 거리를 합한 값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두 초점이 가까울수록 원 모양에 가까워진다. 타원에서 두 초점을 지나는 긴지름을 가리켜 장축이라 하는데, 두 초점 사이의 거리를 장축의 길이로 나눈 값을 이심률이라 한다. 두 초점이 가까울수록 이심률은 작아진다. 달은 지구를 한 초점으로 하면서 이심률이 약 0.055인 타원 궤도를 돌고 있다. 이 궤도의 장축 상에서 지구로부터 가장 먼 지점을 ‘원지점’, 가장 가까운 지점을 ‘근지점’이라 한다. 지구 에서 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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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밝기로 거리 탐구하기(고3, 6월모평B)

별의 밝기는 별의 거리, 크기, 온도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별의 밝기는 등급으로 나타내며, 지구에서 관측되는 별의 밝기를 ‘겉보기 등급’이라고 한다. 고대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는 맨눈으로 보이는 별의 밝기에 따라 가장 밝은 1등급부터 가장 어두운 6등급까지 6개의 등급으로 구분하였다. 이후 1856년에 포그슨은 1등급의 별이 6등급의 별보다 약 100배 밝고, 한 등급 간에는 밝기가 약 2.5배 차이가 나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러한 등급 체계는 망원경이나 관측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편되었다. 맨눈으로만 관측 가능했던 1∼6 등급 범위를 벗어나 그 값이 확장되었는데 6등급보다 더 어두운 별은 6보다 더 큰 수로, 1등급보다 더 밝은 별은 1보다 더 작은 수로 나타내었다. 별의 겉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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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광 분석법(2013, 수능A)

19세기 중반 화학자 분젠은 불꽃 반응에서 나타나는 물질 고유의 불꽃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버너 불꽃의 색을 제거한 개선된 버너를 고안함으로써 물질의 불꽃색을 더 잘 구별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두 종류 이상의 금속이 섞인 물질의 불꽃은 색깔이 겹쳐서 분간이 어려웠다. 이에 물리학자 ㉠키르히호프는 프리즘을 통한 분석을 제안했고 둘은 협력하여 불꽃의 색을 분리시키는 분광 분석법을 창안했다. 이것은 과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불꽃 반응에서 나오는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띠 모양으로 분산시킨 후 망원경을 통해 이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빛이 띠 모양으로 분산되는 것은 빛이 파장이 짧을수록 굴절하는 각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통해 그들은 알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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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편이와 맥동 변광성(2012, 고3, 3월)

20세기 초 미국의 천문학자인 슬라이퍼는 외부 은하의 별빛 스펙트럼을 연구하던 중 ‘적색 편이’ 현상을 발견하였다. 적색 편이란 외부 은하에서 온 별빛의 흡수선들이 적색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일컫는다. 흡수선은 별빛의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검은색 선을 가리킨다. 이 선은 별빛이 별의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대기 중의 원소에 특정 파장의 별빛이 흡수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흡수선의 유형이 같다면 그 별의 대기에 동일한 원소가 있는 것이다. 외부 은하에서 온 별빛의 스펙트럼에 적색 편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시광선 내의 별빛 스펙트럼은 짧은 파장의 빛일수록 청색, 긴 파장의 빛일수록 적색을 띤다. 그리고 멀어져 가는 빛은 파장이 길어진다. 따라서 별이 지구의 관측 위치로부터 멀어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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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 잡음으로 확인된 우주 배경 복사(2011, 고3, 10월)

1965년 미국 벨 전화 회사의 연구원인 펜지어스와 윌슨은 안테나를 이용하여 장거리 무선 통신 및 우주 전파 신호를 탐사하던 중 일정한 세기의 전파 잡음이 항상 잡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 잡음이 우주로부터 하늘의 모든 방향에 걸쳐 거의 동일한 세기로 지구로 날아오는 신호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과학자들은 대폭발로 생성된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어 갔다면 현재 우주에 남아 있어야 할 어떤 빛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이 빛을 찾고 있었다. 대폭발 우주론에서는 우주가 약 137억 년 전 밀도와 온도가 매우 높은 상태의 대폭발로부터 시작하였다고 본다. 대폭발 초기 3분 동안 광자, 전자, 양성자(수소 원자핵) 및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졌다. 양(+)의 전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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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2년, 그레고리력의 등장(2010, 수능)

1582년 10월 4일의 다음날이 1582년 10월 15일이 되었다. 10일이 사라지면서 혼란이 예상되었으나 교황청은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던 것이다. 이로써 그레고리력이 시행된 국가에서는 이듬해 춘분인 3월 21일에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졌다. 그레고리력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무시당하고 여전히 천동설이 지배적이었던 시절에 부활절을 정확하게 지키려는 필요에 의해 제정되었다. 그 전까지 유럽에서는 율리우스력이 사용되고 있었다. 카이사르가 제정한 태양력의 일종인 율리우스력은 제정 당시에 알려진 1년 길이의 평균값인 365일 6시간에 근거하여 평년은 365일,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은 366일로 정했다. 율리우스력의 4년은 실제보다 길었기에 절기는 조금씩 앞당겨져 16세기 후반에는 춘분이 3월 11일에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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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의 그늘 - 화성의 운하(2006, 수능)

1894년, 화성에 고도로 진화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화성의 지도들에 나타난, ‘운하’라고 불리던 복잡하게 얽힌 선들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화성의 ‘운하’는 1878년에 처음 보고된 뒤 거의 30년간 여러 화성 지도에 계속해서 나타났다. 존재하지도 않는 화성의 ‘운하’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까? 19세기 후반에 망원경 관측을 바탕으로 한 화성의 지도가 많이 제작되었다. 특히 1877년 9월은 지구가 화성과 태양에 동시에 가까워지는 시기여서 화성의 표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보였다.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그린은 대기가 청명한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으로 가서 13인치 반사 망원경을 사용해서 화성을 보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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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과 빛(2006, 고3, 3월)

왜 양지는 음지보다 따뜻할까? 태양이 아무리 뜨겁다고 해도 어떻게 적절한 매질도 없는 우주 공간을 건너 아득히 먼 지구의 물체들을 데울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열과 빛의 정체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한다.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물질-‘열소’-의 작용이라고 생각하고, 고체가 녹거나 액체가 증발하는 것은 열소와 고체 혹은 액체를 이루는 입자 사이의 화학 작용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럼퍼드와 마이어, 줄 등의 연구 성과에 힘입어 ‘열소’의 존재는 부정되고 대신 ‘열에너지’의 개념이 확립된다. 열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클라시우스였는데, 그는 기체의 열에너지는 기체 분자들의 운동에너지이며, 따라서 온도는 기체 분자들이 얼마나 빠르게 운동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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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일생(1995, 수능)

1987년 2월 마지막 주에 과학자들은 오랜만에 육안으로 별의 장렬한 죽음을 목격했다. 큰 별은 수명을 다하는 순간, 대폭발을 하며 태양보다 몇억 배의 찬란한 빛을 내면서 타 버린다.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라는 강한 중력장을 만드는 실체를 남긴다는 것이 천체 물리학의 통설이다. 이렇게 폭발하는 순간, 너무 멀리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별이 갑자기 밝아짐으로써 마치 새로운 큰 별이 나타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과학자들은 이런 별을 초신성(超新星)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선조들은 객성(客星), 즉 손님별이라 불렀다. 아마 불쑥 찾아온 손님을 연상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선조 37년(1604년) 10월 31일 조를 보면 객성을 발견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이 있다. 즉 “초저녁에 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