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는 역대 임금 중 가장 책을 좋아하는 군주였다고 평가받는다. 통치자의 시각에서 이루어진 정조의 독서에서는 실용이 중시되었으며 정조에게 실용적인 책이란 세상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그래서 옛날을 바탕 삼아 오늘을 비춰 보는 거울이 될 수 있다며 역사서에 경전 버금가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소설은 실용에 무익하고 마음을 방탕하게 한다고 여겨 평생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정조는 책의 내용만 이 아니라 책의 형태와 책을 읽는 자세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하여 소매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책과 누워서 편히 보도록 설계된 책상을 금하였다. 학문이 도덕과 인륜을 다스리는 데 실제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조는 하나의 틀에 매이는 독서를 사법(死法)으로 규정하여 멀리하였고 자신의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