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부분의 줄거리] 눈 덮인 밤길을 억구와 큰 키의 사내(형사)가 동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억구가 6·25 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득칠을 우연히 만나 술자리 끝에 그를 살해하고, 부친의 산소 곁에서 죽을 심산으로 고향으로 가는 길임이 드러난다. 옆 산 소나무 위에 얹혔던 눈무더기가 쏴르르 쏟아져 내렸다. 마치 자기 무게를 그렇게 나약한 소나뭇가지 위에선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듯이……. 그때 좀 먼 곳에서 뚝 우지끈 소나 뭇가지 부러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러자 이때 억구가 느닷없이 키 큰 사내의 앞을 막아 서며, “선생, 난 득수 동생놈을, 그 김득칠일 어제 죽였단 말이오. 이렇게 온통 눈이 내리는데 그까짓 걸 숨겨 뭘 하겠소. 선생은 아주 추악한, 사람을 몇씩이나 죽인 무서운 놈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