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중세 시대에 인간이 마음의 평정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신에게 의지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인간은 신을 위한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진리를 찾으려는 학문의 목적 역시 신의 질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명증한 진리는 없어 보인다며 진리에 대해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 고대 회의주의 철학인 피론주의(Pyrrhonism)가 새롭게 관심을 받게 되면서 신 중심의 세계관이 흔들리게 된다. ⓐ 피론주의자들은 인간들이 진리를 찾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진리를 찾았거나, 진리가 없다고 포기하거나, 계속해서 진리를 찾는’ 세 가지 경우라고 한정하였다. 그들은 진리를 찾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지나친 독단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계속해서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진리의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