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다고 가정해 보자. 제2음이 울릴 때 직전에 제1음이 울렸던 순간은 과거일까? 현재일까? 이에 대해 과학적 시간관에서는 현재는 과거나 미래와 단절된 점(點)과 같은 순간이므로 과거라고 답할 것이다. 반면 체험적 시간관에서는 ‘현재의 지평’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현재라고 답한다. 체험적 시간관을 확립한 후설(Husserl)에 따르면 현재가 ‘파지-원인상-예지’라는 지평을 갖게 됨으로써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이 함께 생생하게 지각되는데, 이를 '현재화’ 작용'이라고 한다. 원인상은 음을 듣는 것처럼 대상을 지각하는 순간에 의식된 근원적 인상을 말한다. 그런데 제2음을 듣는 순간 직전에 들은 제1음은 변양된 형태로 여전히 의식 속에 남아 있다. 이처럼 원인상을 의식 속에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이 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