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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표시’는 의사표시자가 내심(內心)의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법률 행위로서, 효과의사, 표시의사, 행위의사에 이어 표시행위까지의 과정을 ⓐ 거치며 일정한 법률 효과를 발생시킨다. A가 전원주택을 짓고 싶어서 B 소유의 토지를 사고자 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의사표시 과정을 살펴보자. 전원주택을 짓고 싶다는 A의 생각은 ‘동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동기로 인해 A가 B 소유의 토지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효과의사’이다. 또한 이러한 ‘효과의사’를 B에게 전달해야겠다는 A의 생각은 ‘표시의사’이며, 이렇게 토지를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인 계약서 작성이라는 행위를 의도하거나 인식하는 것은 ‘행위의사’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의사를 토대로 토지 구입을 위한 계약서를 직접 작성하는 것은 ‘표시행위’이다.

의사표시 과정에서 의사와 표시가 일치할 때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의사표시의 본질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 따라서 동일한 법률 행위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의사표시의 본질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의사주의’, ‘표시주의’, ‘효력주의’로 나뉜다. ㉠ 의사주의는 의사표시의 본질을 의사표시자 내심의 효과의사, 즉 의사표시자의 진의로 파악한다. 그런데 의사주의의 관점을 취할 경우 의사표시자의 의사는 보호되지만 상대방의 신뢰는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 표시주의는 의사표시자의 표시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의사표시의 본질을 표시행위로 파악한다. 한편 의사와 표시는 일체로서 양자 모두를 의사표시의 요소로 파악하고자 하는 견해도 있는 데, 이를 ㉢ 효력주의라 한다. 이는 의사와 표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기존의 인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효력주의에 따르면 표시행위는 의사의 단순한 외부적인 표지가 아니라 의사를 완성하여 법적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들 수 있다. 착오의 기본 유형은 착오가 의사표시의 과정에서 효과의사의 결정, 표시행위의 이해, 표시행위 중 어느 단계에 발생하느냐에 따라 ‘동기의 착오’, ‘내용의 착오’, ‘표시상의 착오’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동기의 착오는 의사표시 자가 효과의사 결정 단계에서 의미 있는 상황을 실제와 다르게 잘못 인식하는 경우이다. 금반지를 사려고 했는데 도금 반지를 금반지인 줄 잘못 인식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내용의 착오는 의사표시자가 표시하고자 의도한 대로 표시행위 를 하였지만, 표시행위 이해 단계에서 그 의미를 잘못 파악하여 생긴 경우이다. 금반지의 가격은 100달러로 표시되어 있는데, 유로와 달러가 ⓒ 같은 가치를 지닌 화폐 단위인 줄로 잘못 알고 금반지를 100유로로 산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표시 상의 착오는 의사표시자가 표시하고자 의도한 것과 다른 표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예컨대 매매계약서에 100,000원이라고 표시할 것을 착오로 10,000원이라고 표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 착오를 이유로 법률 행위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로 의사표시가 존재하고 의사표시 과정에서 의사표시자의 착오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 법률 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요 부분의 착오라는 것은 주관적, 객관적 요건이 모두 충족된 상태를 말한다. 즉 의사표시자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의사표시자의 입장에 ⓓ 섰더라면 일반인도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내용의 착오나 표시상의 착오가 이에 해당하는데, 동기의 착오는 일반적으로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법률 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동기의 착오는 예외로 한다. 셋째로 의사표시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의사 표시자의 직업이나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 비추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말한다. 주식의 매매를 영업으로 하는 자가 주식 양도의 제한 유무에 관하여 회사의 정관을 조사하지 않은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의사표시자가 단순한 표시상의 착오를 일으킨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취소 배제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그의 의사표시에 있어 위험을 의식적으로 인식했음에도 모험적인 행위를 한 경우, 착오가 없을 때보다 착오가 발생했을 때 의사표시자에게 유익한 경우에 취소권이 배제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착오자, 즉 착오를 일으킨 의사표시자의 진의에 동의한 경우나 상대방이 의사표시를 착오자가 의도한 대로 효력 있게 할 용의가 있음을 표시한 경우에도 취소권이 배제된다.

 

 

― (출전) 김상용, <민법총칙>

@ 2020학년도 7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28~3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