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의 과학자 캐번디시는 기구의 정밀도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데 쉴 새 없이 몰두했다. 그는 수많은 것들의 무게를 재고 측량했으며 그것도 매우 정확하게 수행했다. 그가 잰 물체 중에는 지구도 포함된다. 지구의 밀도를 측정하기 위해 수행했던 ‘캐번디시 실험’은 그의 역작이다. 그 실험은 광적으로 정밀성을 추구하는 그에게도 최고로 까다로운 과제였다. 


그는 처음에는 정확도에 관한 문제를 생각하다가 이 실험에 도달했다. 뉴턴에 따르면 물체들의 상대적 인력을 알면 그들의 상대 밀도를 알 수 있다. 이에 근거해 지구의 평균 밀도를 측정하기 위해 조직된 한 원정대는 거대한 산과 물의 상대적 인력을 측정함으로써 지구의 평균 밀도가, 밀도가 1인 물의 4.5배임을 계산해 냈다. 하지만 이 실험을 주도적으로 설계한 ㉠캐번디시는 이 수치를 신뢰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는 지구의 밀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밀도가 잘 알려진 물체들을 동원해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위해 캐번디시는 그의 동료와 함께, 지름 20cm의 큰 공을 지름 5cm의 작은 공에 서서히 접근시킴으로써 작은 공이 큰 공의 인력에 의해 끌려오는 정도를 측정하는 도구를 고안해 냈다.


<그림> 캐번디시가 보완한 실험 도구


하지만 캐번디시는 이 실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도구를 <그림>과 같이 보완했다. 우선 공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매우 작은 크기일 것이므로, 큰 공들을 지름 30cm에 무게 158kg의 공으로 교체하였다. 그리고 실험자의 체온으로 인해 미세한 온도 변화가 생겨 오차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기구 전체를 밀폐된 방에다 가두었다. 방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을 닫은 채로 두었다. 방에 들어가지 않고도 공들을 천천히 움직일 수 있도록 도르래를 설치했다. 역기처럼 막대기 끝에 달린 작은 공 두 개에는 정밀한 자를 부착하였으며, 벽에는 망원경을 달아서 방 밖에서 지침을 관찰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조명기에서 나오는 열로 인한 실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방 안의 조명을 없앴고, 그 대신 망원경 위마다 조명을 달아 망원경 렌즈에서 나온 빛이 작은 유리창을 넘어 지침에 가 닿도록 했다.


작은 공의 미세한 이동을 측정하기 위해 몇 시간가량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는 어려움 끝에, 캐번디시는 지구의 밀도는 물의 밀도보다 5.84배 크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실험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처음에 캐번디시는 지구의 밀도, 실질적으로 무게를 재려고 시도한 것이지만, 뉴턴의 중력 법칙을 간단하게 정리한 현대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캐번디시의 실험이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몰라서는 안 될 값인 ‘G’, 즉 ‘만유인력 상수’의 값을 결정하는 실험으로도 완벽하기 때문이었다.


― 로버트 P. 크리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