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김은호가 그린 이이의 초상화 from 위키백과

 

 

조선 시대 대표적인 유학자 율곡 이이는 책 속에 담긴 이치를 밝혀 이를 실천하는 독서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독서에서 벗어난 그릇된 독서법을 독서 병통이라 부르며, 그 유형과 해결 방안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제시했다.


독서 병통의 첫 번째 유형은 ㉠ 그저 책만 읽는 병통이다. 이는 깊은 생각 없이 글자와 글귀 자체의 표면적인 뜻만 밝혀, 글에 숨겨진 이치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는 글귀의 옳고 그름을 깊이 따져 보거나, 자신의 일상이 책 속의 이치에 합당한가를 깊이 반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두 번째 유형은 ㉡ 마음만 앞서는 병통으로, 많은 책을 한 번에 탐해서 읽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다독은 책과 책을 연계하여 서로의 의미를 이해하고 책의 깊이를 측량할 수 있어 유용하나, 욕심이 지나치면 마음만 분주하여 책을 한 권씩 음미할 여유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병통은 책 한 권을 깊이 읽어 그 의미를 모두 알게 된 후에 다른 책을 읽는 독서로 극복할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 책과 자신이 유리된 병통이다. 이는 독서로 성현의 뜻을 이해하고 앎을 확장했음에도, 이를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여 실천에 이르지 못한 경우이다. 이러한 병통은 성현의 가르침과 자신의 삶이 일치되도록 수양할 때 극복할 수 있다. 마지막 유형은 책에 대한 선입관으로 발생하는 병통으로, 두 경우가 있다. 먼저 ㉣ 책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병통이 있다. 이는 책이 조금만 어려워도 이치에 도달할 수 없 을 것이라고 여겨 온 마음을 다해 읽으려고 하지 않고 독서를 포기하는 경우이다. 또한 ㉤ 기이한 것에 현혹되는 병통이 있다. 이는 책에 초월적 지식이 담겨 있다고 여기고 이를 얻는데 조바심을 내다가 정작 책에 담겨 있는 지식은 파악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러한 선입관에 의한 병통들은 한 단락씩 세심하게 읽어, 이치에 한 걸음씩 순차적으로 다가가는 독서로 극복할 수 있다.

 

한편 율곡은 올바른 독서를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독서 자세를 강조했다. 독서 전에는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며, 책을 경건하고 공경스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이는 책 속에 담긴 심오한 진리를 대할 때 마음가 짐이 흩어지면 올바른 독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 중 의문이 많아진다고 독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독서에 온 마음을 다한다고 해도 늘 이치에 다다를 수는 없고, 때로는 이치를 파고들수록 의문이 꼬리를 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비를 넘겨야 의문이 점점 풀려 글 속의 이치에 이를 수 있다.

 

 

@ 2023학년도 4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1~3번

(출전) 김원준, 「격치를 통한 율곡 독서방법론의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