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세원이란 조세가 부과되는 원천인데, 소득은 대표적인 세원 중 하나이다. 조세를 부과할 때 세율을 적용하는 부분은 세원 전체가 아니다. 가령 우리나라는 ㉠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에게는 개인의 총소득 중 일부를 공제* 한 뒤에 세율을 적용한다. 과세 대상 소득으로부터 얻는 만족감이 동일한 자에게, 동일한 조세 부담을 요구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총소득에서 공제를 한 뒤,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을 과세 표준이라 한다. 그리고 납세 부담액, 즉 세액은 과세 표준에 세율을 곱함으로써 ⓐ 산출된다. 납세자가 부담할 세액을 결정하는 데 활용되는 세율은 한계 세율이다. 한계 세율이란 세액의 증가분이 과세 표준의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는데, 세액의 증 가분을 과세 표준의 증가분으로 나눈 값이다. 이 밖에도 세율에는 세액을 과세 표준으로 나눈 값인 평균 세율, 세액을 과세 이전 총소득으로 나눈 값인 실효 세율 등이 있다.

 

다음 예를 통해 세율에 대해 이해해 보자. 소득세의 세율이 과세 표준 금액 1천만 원 이하는 10%, 1천만 원 초과 4천만 원 이하는 20%라 하자. 이처럼 과세 표준을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누는 까닭은 소득에 대응하는 세율을 일일이 획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과세 표준 금액이 3천만 원인 사람의 세액은 ‘1천만 원 × 0.1(1 0%)+ 2천만 원 × 0.2(20%) = 5백만 원’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평균 세율은 약 16.7%(5백만 원 / 3천만 원)가 된다. 과세 표준에 세율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따라 세율 구조가 결정된다. 과세 표준이 클수록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누진 세율 구조라고 한다. 그런데 누진 세율 구조가 아니더라도 고소득일수록 세액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세율 구조는 평균 세율의 증가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 즉 과세 표준이 증가할 때 평균 세율이 유지되면 비례 세율 구조, 평균 세율이 오히려 감소하면 역진 세율 구조, 함께 증가하면 누진 세율 구조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소득세는 누진 세율 구조를 적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리주의자 밀은 조세 부담이 개인의 소득 감소를 유발하므로 세금 납부에 따른 경제적 희생, 즉 효용의 손실이 균등해야 공평하다고 보았다. 이를 균등 희생 원리라고 하는데, 밀의 이러한 주장은 후대 학자들에 의해 누진 세율 구조를 ⓑ 옹호하는 근거로 활용되었다. 여기서 희생이란 세액 자체가 아니라 납세로 인한 총효용의 감소 분이다. 그런데 밀은 균등하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논하지 않았다. 이에 후대 학자들은 균등의 의미를 절대 희생 균등의 원칙, 비례 희생 균등의 원칙, 한계 희생 균등의 원칙으로 구분하여 논의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소득만이 개인의 효용을 결정하고 효용은 측정 가능하며 소득 증가에 따라 한계 효용이 체감한다는 가정에 ⓒ 입각해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소득의 한계 효용 곡선이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그림>

 

균등한 희생과 관련 있는 세 원칙은 <그림>에 나타나 있는 것과 같은 소득의 한계 효용 곡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소득의 한계 효용이란 소득이 1단위 증가했을 때 개인이 얻게 되는 만족의 정도를 의미한다. <그림>에서 원래 소득이 YₒO였던 사람이 세액 T를 내면 세후 소득이 YₜO로 줄어든다. 이때 희생된 효용의 절대량은 면적 β로 나타낼 수 있다. 절대 희생 균등의 원칙에 따르면 각 개인들이 조세를 부담함으로써 떠안게 되는 희생의 절대적 크기가 균등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원칙 아래에서는 고소득자의 세액이 저소득자의 세액보다 커야 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누진 세율 구조라고 ⓓ 단정하기 어렵다. 절대 희생 균등 원칙 아래에서는 소득이 1% 증가할 때 한계 효용은 1% 이상 감소할 정도로 한계 효용 곡선이 가파른 기울기를 가져야만 누진 세율 구조가 ⓔ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했을 때, 한계 효용 곡선이 체감하지 않고 기울기가 0이라면 절대 희생 균등의 원칙 아래에서는 모든 개인이 동일한 세액을 부담해야 한다. 누진 세율 구조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비례 희생 균등의 원칙에 따르면 과세 이전 총소득으로부터 얻는 총효용에서 납세로 인한 효용의 상실, 즉 희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모든 개인에게 동일해야 한다. 이는 <그림>에서 면적 β를 면적 α+β로 나눈 값인 효용의 희생 비율이 모두 똑같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원칙 아래에서 누진 세율 구조는 소득의 한계 효용 곡선이 체감하는 모양이기만 하다면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소득의 한계 효용 곡선이 반드시 가파른 기울기를 가질 필요는 없다. 비례 희생 균등의 원칙 아래에서 만약 한계 효용 곡선의 기울기가 0이라면 비례 세율 구조가 될 것이다.

 

한계 희생 균등의 원칙에 따르면 과세 이후에 얻는 한계 효용의 크기가 모든 개인에게 동일해야만 한다. <그림>에서 조세 부담의 마지막 단위에서 발생하는 한계 효용은 선분 YₜS의 길이로 나타낼 수 있는데, 한계 희생 균등의 원칙에 따르면 이 길이가 모든 사람에게 같아지도록 해야 한다. 그 결과 과세 이전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개인이 동일한 효용의 크기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한계 희생 균등의 원칙을 적용하면 고소득층일수록 매우 무거운 조세 부담이 요구된다.

 

* 공제 : 받을 몫에서 일정한 금액이나 수량을 뺌.

 

 

― (출전) 이준구, 『재정학』
@ 2020학년도 3월 고3 전국연합혁력평가, 16~2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