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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쥐를 무서워하는 사람의 눈앞에 쥐가 나타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아마도 그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갈 것이다. 왜 그럴까? 쥐를 본 시각 정보는 가장 먼저 뇌에 있는 시상으로 전송되고, 시상에 전송된 정보는 편도체와 시각피질로 각각 전달된다. 그런데 생존 본능으로 즉각적인 신체 반응을 유도하는 편도체는 이성적인 사고 과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시각피질에 비해 처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그는 비명부터 먼저 지르게 된다. 이처럼 편도체는 공포 상황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공포 상황에 직면했을 때 편도체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부신에서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혈류로 유입된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 수가 높아지며 심장이 한 번 박동할 때 내보내는 혈액량인 박출량도 증가한다. 또한 호흡 속도가 빨라져 평소보다 많은 산소가 체내로 유입된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로 인해 근육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산소와 열량이 공급됨으로써 우리 몸은 공포 상황에 더욱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실신할 정도로 매우 강한 강도의 공포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심장 박동 수와 박출량을 무리하게 늘린다. 이처럼 심장이 과도한 자극을 받게 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우리 몸을 안정시키려고 한다. 이로 인해 심장 박동 수와 혈압이 낮아지고, 맥박 수가 떨어진다. 정상적인 성인의 1분간 맥박 수는 보통 60~80회 정도인데, 그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결국 뇌로 가는 혈류량 이 부족해지거나 순간적으로 혈류가 중단되기도 한다. 심한 공포감을 느꼈을 때 실신하기도 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공포는 학습되기도 한다. 우리 몸의 편도체는 공포 학습과도 관련이 있는데, 공포 조건화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중성적인 조건 자극을 불쾌하거나 고통스러운 반응을 유발하는 무조건자극과 연합하는 과정이 바로 공포 조건화인데, 버몬트 대학의 교수 ㉠카프는 토끼에게 불쾌하거나 고통스러운 반응을 유발하는 전기 자극을 제시했을 경우 토끼가 즉각적인 공포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하여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특정 소리를 들려줄 때마다 토끼의 발에 약한 전기 자극을 가하고, 다른 소리를 들려줄 때에는 아무런 자극을 가하지 않았다. 이렇게 조건화된 토끼는 전기 자극을 단독으로 제시했을 때처럼, 그 특정 소리만 들어도 공포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토끼가 공포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특정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심장 박동 수가 증가했다는 사실과 편도체가 반응했다는 사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편도체가 손상된 토끼의 경우에는 공포 반응이 사라지거나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르바흐­비테 증후군’이라는 희귀한 질병에 걸릴 경우 편도체가 포함된 양쪽 측두엽 부위가 칼슘 침착에 의해 그 기능이 상실된다. 이러한 환자들은 공포라는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출전: 캐서린 러브데이, <나는 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