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의 원리란 작품에서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묶어 어떤 특정한 효과를 얻기 위한 구성 계획을 말한다. 화가는 작품을 창작할 때 자신의 의도를 살려내기 위해서 다양한 조형의 원리를 사용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가 바로 통일성의 원리이다. 통일성이란 회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의 작품 속에서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각각의 요소들은 의미 있는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게 된다. 회화에서 통일성을 부여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인접’과 ‘반복’이 있다. 인접은 각각의 구성 요소들을 서로 가까이 놓거나 중첩시켜 회화에 통일성을 주는 방법이고, 반복은 여러 부분을 서로 연결시키기 위해 어떤 요소를 계속해서 반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같은 사물의 반복뿐만 아니라 회화 속의 색깔, 형태, 각도 등의 반복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드가의 작품 ‘모자 가게’에서는 모자와 꽃 등 원형(圓形)의 소재를 반복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형태적인 측면에서 전체적인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통일성은 작품에 대한 안정감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자칫 지나치면 감상자의 입장에서 그 작품은 답답하고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화가는 이와 같은 단조로움을 피하고 자신의 의도를 부각시키기 위해 강조라는 원리를 사용한다. 강조란 특정한 부분을 강하게 하여 변화를 주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켜 예술적 감흥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도 있다. 


회화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강조의 방법으로는 ‘대비’에 의한 강조가 있다. 이는 형태나 크기, 명암 등의 대비를 통해 특정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인데, 직사각형들 사이에 원형을 그리거나, 어두운 사물 가운데에 밝은 사물을 그리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다른 강조의 방법으로는 ‘분리’에 의한 강조가 있다. 분리에 의한 강조는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들과 떨어져 있음으로써 부각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물 간의 배치를 통해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들과 형태나 크기, 명암 등이 유사하더라도 그 대상을 부각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은 군집과 독립의 대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때 독립된 대상은 화면의 중심보다 가장자리에 배치되는 경우가 있는데, 감상자는 부각되는 대상만을 바라보다가 자칫 그림 감상을 마치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화가는 감상자의 시선이 군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군집과 독립된 대상을 하나의 선으로 묶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작품 안에서 강조의 원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그 효과는 줄어들 수 있으며,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강조의 대상이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강조하려는 대상이 전체와의 관계에서 유기적 질서를 갖도록 해야 한다.'라는 점이다. 설령 어떤 대상을 부각하려 하더라도 주제나 소재, 표현 양식, 기법 등과의 긴밀한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


― 데이비드 A. 라우어 외, 「조형의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