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주요 쟁점에 대해 견해를 표현하고 정치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행위로, 일반 유권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정치 참여 방식이다. 그래서 정치학자와 선거 전문가들은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에 대해 연구해 왔다. 이 연구는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 즉 투표 참여 태도나 동기 등을 조사하여, 이것이 투표 결과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를 ⓐ밝힌다. 투표 행위를 설명하는 이론은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으로 당정체성 모델, 사회학적 모델, 합리적 선택 모델 등이 있다. 


당정체성 모델은 유권자가 특정 정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애착심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이를 바탕으로 투표 행위를 설명한다. 정당에 대한 애착심은 유권자가 상당한 기간 동안 어떤 정당과 내면적으로 연결된 귀속 의식, 즉 ‘특정 정당에 대해 가지는 소속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소속감은 부모의 영향으로 가정에서 형성되며, 가장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정치적 태도로 간주된다.


사회학적 모델은 유권자의 사회적 배경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이를 바탕으로 투표 행위를 설명한다. 이 모델은 계급, 인종, 종교, 지역 등이 정당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던 서유럽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이 모델에서는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과 배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유사한 배경을 가진 유권자들은 투표 행위에서도 유사한 행위를 보인다고 강조한다.


합리적 선택 모델은 유권자 개인의 이익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이를 바탕으로 투표 행위를 설명한다. 이 모델에서는 인간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하는 존재로 보기 때문에, 투표 행위를 개인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유권자는 자신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선택한다고 본다.


그런데 당정체성 모델은 유권자가 정당보다는 후보자 개인을 보고 투표하는 점을, 사회학적 모델은 유권자가 사회적 배경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율에 의해 투표하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합리적 선택 모델은 유권자도 결국 사회적 배경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투표는 개인, 사회, 정치 사이의 상호 작용에 관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원천 중 하나이기 때문에 투표 행위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


― 앤드류 헤이우드,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