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누군가에게 사과를 받는다면 1년 후에 한 개를 받겠는가, 그 다음 날 두 개를 받겠는가? 그리고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오늘 사과 한 개를 받는 경우와 내일 사과 두 개를 받는 경우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행동경제학자 탈러가 이 두 질문으로 실험을 실시했을 때, 실험의 참가자들은 첫 번째 질문에서 대부분 사과 두 개를 선택하였는데, 이렇게 선택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두 번째 질문에서는 당장의 사과 한 개를 선택하였다. 


사람들이 1년 후에 사과 한 개를 받는 것보다 1년 1일 후에 사과 두 개를 받는 것을 선호한 이유는 ⓐ장래의 작은 이익의 효용보다 ⓑ장래의 큰 이익의 효용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래의 이익이 현실이 되는 시점이 다가오면 그 효용의 크기가 역전된다. 이는 사람들의 선호가 항상 일정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러는 이 실험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관성이 결여된 대답을 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따져 보고 일관된 선택을 할 것이라는 기존 경제학의 관점과 달리, 탈러는 일관되지 않은 선택이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탈러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일관되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미래의 선택지 하나를 없애버리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를 ‘자기 결박적 약속’이라고 한다.


자기 결박적 약속은 너무나 좋아서 거절할 수 없는 ‘당근’이나 너무 나빠서 받아들일 수 없는 ‘채찍’을 주고 선택의 여지를 줄이거나 없애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이다. 저축을 하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줄 알면서 선택의 시점이 되면 소비 지출이 주는 당장의 유혹에 흔들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 보자. 이런 사람에게는 만기까지 저축을 유지하면 약속된 금리에 큰 폭의 추가 금리를 주거나, 중도에 저축 상품을 해약했을 때 상당 금액을 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기존 경제학의 관점에서도 당근과 채찍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채찍을 써서 억제하고, 합리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당근을 써서 이를 부추긴다. 이에 비해 행동경제학자들은 놓치기에 너무나 아까운 당근이나 지나치게 가혹한 채찍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기존의 유인은 비일관적 선호를 보이는 사람들이 현재에 집중된 조급함을 극복하도록 할 만큼 충분히 강력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행동경제학자들은 기존의 ‘유인’과 구별되는 개념인 ‘반대 유인’을 제안했다. 기존의 유인 개념은 A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 A에 관한 당근이나 채찍을 거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 유인에서는 A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 A와 상반되는 성격의 B에 대해 당근이나 채찍을 거는 것이다. 강력한 당근이나 채찍으로 A에 대한 반대 유인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 당근이나 채찍을 거부하면서 B가 아닌 A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반대 유인은 정부나 기업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 이언 에어즈, ‘목표로 유인하는 강력한 행동전략, 당근과 채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