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님…… 처음 내 마음은 수천만 마리 노고지리 우는 날의 아지랑이 같었습니다 번쩍이는 비눌을 단 고기들이 헤염치는 초록의 강 물결 어우러져 날으는 애기 구름 같었습니다 신령님…… 그러나 그의 모습으로 어느 날 당신이 내게 오셨을 때 나는 미친 회오리바람이 되였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벼랑의 폭포 쏟아져 내리는 쏘내기비가 되였습니다 그러나 신령님…… 바닷물이 적은 여울을 마시듯이 당신은 다시 그를 데려가고 그 훠―ㄴ한 내 마음에 마지막 타는 저녁 노을을 두셨습니다 그러고는 또 기인 밤을 두셨습니다 신령님…… 그리하여 또 한번 내 위에 밝는 날 이제 산골에 피어나는 도라지꽃 같은 내 마음의 빛갈은 당신의 사랑입니다 ― 서정주, 「다시 밝은 날에 - 춘향의 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