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주희 (4)

독서/인문

자연 현상과 인간사를 인과 관계로 설명한 - 재이론(2021, 6월모평)

자연 현상과 인간사를 인과 관계로 설명하는 동아시아의 대표적 논의는 재이론(災異論)이다. 한대(漢代) 의 동중서는 하늘이 덕을 잃은 군주에게 재이를 내려 견책한다는 천견설과 인간과 하늘에 공통된 음양의 기(氣)를 통해 하늘과 인간이 서로 감응한다는 천인감응론을 결합하여 재이론을 체계화하였다. 그에 따르면 군주가 실정(失政)을 저지르면 그로 말미암아 변화된 음양의 기를 통해 감응한 하늘이 가뭄과 홍수 일식과 월식 등 재이를 통해 경고를 내린다. 이때 재이는 군주권이 하늘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자 군주의 실정에 대한 경고였다. 양면적 성격의 재이론은 신하가 정치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였고 재이가 발생하면 군주가 직언을 구하고 신하가 이에 응하는 전통으로 구체화되었다. 하지만 동중서..

독서/인문

정약용 : 실천적 책임의 윤리학(2013, 고3, 10월B)

(가) 정약용 유학 사상의 핵심은 주체의 자유의지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측은지심(惻隱之心)처럼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도덕 감정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주체의 자율적 의지나 결단을 통해서만 도덕 감정도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나) 선천적인 도덕 감정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정약용은 주희의 논의를 수용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 자체를 선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주희로부터 벗어나 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인간에게는 항상 측은지심이라는 동정심이 생기는데, 주희는 이 측은지심이 인간 본성의 실현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에게는 측은지심이 마지막 결과이고 인간 본성이 원인이 되는 셈이다. 이와 달리 정약용은 측은지심을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

독서/인문

‘명명덕’과 ‘친민’에 대한 주희와 정약용의 해석(2013, 9월모평B)

고대 중국에서 ‘대학’은 교육 기관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을 전하고 있는 책이 『대학』이다. 유학자들은 『대학』의 ‘명명덕(明明德)’과 ‘친민(親民)’을 공자의 말로 여기지만, 그 해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경문 해석의 차이는 글자와 문장의 정확성을 따지는 훈고(訓詁)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석자의 사상적 관심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희와 정약용은 ⓐ‘명명덕’과 ‘친민’에 대해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주희는 ‘명덕(明德)’을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마음의 밝은 능력으로 해석한다. 인간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명덕을 지니고 있어서인데 기질에 가려 명덕이 발휘되지 못하게 되면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도덕 실천을 위해서는 명덕이 발휘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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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택선고집, 신독, 충서(2010, 고3, 4월)

‘성(誠)’은 하늘의 도리이며, 인간은 하늘의 도리인 성실함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존재이다. 유학에서 제시한 ‘택선고집(擇善固執)’은 개인의 내면적 충실을 강조한 인격 수양의 한 방법으로 하늘의 도리인 ‘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택선’이란 선(善)을 택하는 것이고, ‘고집’이란 그것을 굳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선을 선택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내재한 본성을 자각하는 인식의 단계를 의미하고, 굳게 지킨다는 것은 자각한 본성을 행동에 옮기는 실천의 단계를 뜻한다. ‘신독(愼獨)’도 개인의 내면적 충실을 강조한 유학의 덕목으로,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하고 언행을 삼가는 것이다. 『대학』에서 ‘이른바 뜻을 성실하게 한다.’라는 것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