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복(金仁福)이 소시에 노상에서 한 시골 선비를 만났는데 수정 갓끈을 달고 있었다. ㉠그 갓끈이 너무 짧아서 겨우 턱 밑 을 돌아갔다. 인복이 말을 세우고 채찍을 들어 읍하고 말하였다. ㉡“아, 아름답구나, 저 수정 갓끈이여! 천하일품이구려. 나의 가산을 기울여서라도 당신의 갓끈을 갖고 싶소.” 그 사람이 묻기를 “당신 집이 어디요?” “내 집은 숭례문 밖 청파리라오. ㉢내일 아침에 배다리만 찾 아오우. 게서 김인복이를 물으면 행길에 누군들 모르겠소.” 서로 언약을 하고 헤어졌다. ㉣이튿날 인복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대문으로 들어섰다. ㉤인복이 마루 끝으로 나와 채마밭 머리에 평상을 내놓고 앉게 하였다. 인복이 말을 꺼내었다. “우리집 논이 동성(東城) 흥인문(興仁門)밖에 있는데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