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서는 푸른 것을 바다라 하였고 얼룩덜룩한 것을 육지라 부르는 습관을 길러 왔단다. 이제까지 국경이 있어 본 일이 없다는 저 하늘을 닮아서 바다는 한결로 푸르고 육지가 석류껍질처럼 울긋불긋한 것은 오로지 색채를 즐긴다는 단조한 이유가 아니란다. 오늘 펴보는 이 지도에는 조선과 인도가 왜 이리 많으냐? 시방 나는 똥그란 지구가 유성처럼 화려히 떨어져 갈 날을 생각하는 ‘외로움’이 있다. 도시 지구는 한 덩이 푸른 석류였거니……. ― 신석정, 「지도」 지도는 영토와 국경의 존재를 드러내고 육지와 바다, 국가와 국가 간의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 (가)는 ‘지도’, ‘지구’와 같은 지리적 표상을 다루고 구체적 장소를 제시하면서 이를 1930년대 제국주의 치하의 현실과 연결하고 있다. (가)의 화자는 지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