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세계사 (6)

독서/인문

냉전의 기원(2013, 6월모평A)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미국과 소련 및 그 동맹국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전개된 제한적 대결 상태를 냉전이라고 한다. 냉전의 기원에 관한 논의는 냉전이 시작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계속 진행되었다. 이는 단순히 냉전의 발발 시기와 이유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그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그 연구의 결과를 편의상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전통주의는 냉전을 유발한 근본적 책임이 소련의 팽창주의에 있다고 보았다. 소련은 세계를 공산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고,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특히 동유럽 지역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팽창 정책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감에 기초하여 그에 대한 봉쇄 정책을 추구하는 와중에 냉전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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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의 『역사(Historiai)』(2012, 6월모평)

기원전 5세기,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책을 쓰면서 『역사(Historiai)』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제목의 어원이 되는 ‘histor’는 원래 ‘목격자’, ‘증인’이라는 뜻의 법정 용어였다. 이처럼 어원상 ‘역사’는 본래 ‘목격자의 증언’을 뜻했지만,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나타난 이후 ‘진실의 탐구’ 혹은 ‘탐구한 결과의 이야기’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헤로도토스 이전에는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신화와 전설, 혹은 종교를 통해 과거에 대한 지식이 전수되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인들이 주로 과거에 대한 지식의 원천으로 삼은 것은 『일리아스』 였다. 『일리아스』는 기원전 9세기의 시인 호메로스가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온 트로이 전쟁에 대해 읊은 서사시이다. 이 서사시에서는 전쟁을 통해 신들,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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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진화론(2011, 고3, 10월)

사회 진화론은 다윈의 생물 진화론을 개인과 집단에 적용시킨 사회 이론이다. 사회 진화론의 중심 개념은 19세기에 등장한 ‘생존 경쟁’과 ‘적자생존’인데, 이 두 개념의 적용 범위가 개인인가 집단인가에 따라 자유방임주의와 결합하기도 하고 민족주의나 제국주의와 결합하기도 하였다. 1860년대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 진화론자인 ㉠스펜서는 인간 사회의 생활은 개인 간의 ‘생존 경쟁’이며, 그 경쟁은 ‘적자생존’에 의해 지배된다고 주장하였다. 스펜서는 가난한 자는 자연적으로 ‘도태된 자’이므로 인위적인 도움을 주어서는 안 되고, 빈부 격차는 사회 진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하다고 인식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자본주의가 확장되던 영국과 미국에서 자유 경쟁과 약육강식의 현실을 정당화하고, 개인주의적 정서를 강화하는 데 이용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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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라 재상 자산의 개혁(2010, 수능)

거센 바람이 불고 화재가 잇따르자 정(鄭)나라의 재상 자산(子産)에게 측근 인사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라고 요청했지만, 자산은 “천도(天道)는 멀고, 인도(人道)는 가깝다.”라며 거절했다. 그가 보기에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은 더 이상 하늘의 뜻이 아니었고, 자연 변화 또한 인간의 화복(禍福)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간이 자연 변화를 파악하면 얼마든지 재난을 대비할 수 있고, 인간사는 인간 스스로 해결할 문제라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기초하여 그는 인간의 문제 해결 범위를 확대했고, 정나라의 현실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그가 살았던 정나라는 요충지에 위치한 작은 나라였기 때문에 춘추 초기부터 제후국의 쟁탈 대상이었고, 실제로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기도 하였다. 춘추 중기에는 귀족 간의 정치 투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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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신화가 만들어지고 전승되는 과정과 메커니즘(2008, 9월모평)

영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떻게 신비화되고 통속화되는가, 영웅에 대한 기억이 시대에 따라 어떤 변천을 겪는가를 탐구하는 것은 ‘더 사실에 가까운 영웅’의 모습에 다가서려는 이들에게 필수적이다. 영웅을 둘러싼 신화가 만들어지고 전승되는 과정과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특히 국민 정체성 형성에 그들이 간여한 바를 추적함으로써, 우리는 영웅을 만들고 그들의 초상을 새롭게 덧칠해 온 각 시대의 서로 다른 욕망을 읽어 내어 그 시대로부터 객관적인 거리를 획득한다. 무릇 영웅이란 죽고 나서 한층 더 길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며, 그런 사후 인생이 펼쳐지는 무대는 바로 후대인들의 변화무쌍한 기억이다. 잔 다르크는 계몽주의 시대에는 ‘신비와 경건을 가장한 바보 처녀’로 치부되었지만, 프랑스 혁명기와 나폴레옹 집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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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과 보통 사람들에 주목한 '신문화사'(2007, 고3, 10월)

역사학은 변화한다. 근대 이래로 역사학에 큰 영향을 끼친 학파에 마르크스주의와 아날학파가 있다. 이 둘은 역사에 대한 상이한 관점과 서술 방식을 채택하였지만 역사 서술에서 ‘구조’를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후 사회ㆍ문화ㆍ학문의 전반에 걸쳐 절대적인 기준이나 구조를 해체하려는 탈중심의 경향이 확산되면서 역사학에도 변화의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르크스주의나 아날학파의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틀에서는 역사 속에 실제로 존재했던 평범한 인물들이 오히려 구조 속에 매몰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학으로 근래에 등장한 것이 ‘신문화사’이다. 신문화사는 구조보다는 인간의 경험에 주목하였고, 사회적 현실이 어떠했는가보다는 사람들이 그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