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名)과 실(實), 즉 이름과 실재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명실(名實)의 문제는 정치, 윤리적인 차원에서만 다루어지다가 전국 시대 중엽 이후에 하나의 독립적인 영역을 가진 철학적 주제로 정립되었다. 이 시기에 이렇게 명실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사상가와 학파가 공손룡과 후기 묵가(墨家)로, 이들 사이에서는 철학적 논쟁의 국면이 펼쳐졌다. 명가(名家) 사상가인 공손룡은 ‘실’이 ‘물(物)’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하였다. 이때 ‘물’은 아직 분화되지 않은 상태의 천지 만물을 뜻한다. ‘실’은 ‘물’에서 분화된 각각의 개체이고, 이를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명’이다. 인간이 붙이는 ‘명’은, 인간과 무관하게 분화되어 있는 ‘실’들 사이의 다름을 인간의 입장에서 구별하여 확정하고, 인간이 사상과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