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독서/독서이론・언어 (73)

독서/독서이론・언어

공명도 변화로 설명하는 비음화(2012, 고3, 10월)

소리의 공명성은 소리가 멀리까지 울리는 성질을 의미한다. 동일한 길이, 강세, 높이로 소리를 낼 경우 공명성이 큰 말소리는 그렇지 않은 말소리보다 더 멀리까지 정확하게 들린다. 입이나 코 또는 성문(聲門)이 더 많이 열리면서 소리를 동반하는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덜 받기 때문이다. 음운 중에는 모음이 자음에 비해 공명성이 훨씬 크다. 자음 중에는 혀 주변이나 코로 공기가 흐르며 소리가 나는 유음(ㄹ), 비음(ㅁ,ㄴ,ㅇ)이 공명성이 크다. 혀, 치아, 입술 등에 의해 공기가 막혔다 터지거나 좁은 곳을 흐르며 심한 장애를 받는 마찰음(ㅅ), 파찰음(ㅈ), 파열음(ㅂ,ㄷ,ㄱ)은 공명성이 작다. 공명성의 크기를 측정해 공명도를 나타낼 수 있는데, 비음부터는 공명음, 나머지는 장애음이라고 한다. 우리말 음절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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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추에 의한 단어 형성(2012, 9월모평)

‘붕어빵’을 팔던 가게에서 붕어빵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크기가 더 큰 빵을 ‘잉어빵’이란 이름의 신제품으로 내놓았다고 하자. 이 잉어빵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붕어: 붕어빵=잉어:【 】’ 와 같은 관계를 통해 잉어빵의 형성을 설명할 수 있다. 이는 붕어와 붕어빵의 관계를 바탕으로 붕어빵보다 크기가 큰 신제품의 이름을 잉어빵으로 지었다는 뜻이다. 붕어빵에서 잉어빵을 만들어 내듯이 기존 단어의 유사한 속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을 유추에 의한 단어 형성이라고 한다. 유추에 의해 단어가 형성되는 과정은 보통 네 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새로운 개념을 나타내는 어떤 단어가 필요한 경우 그것을 만들겠다고 결정한다. 둘째, 머릿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단어 가운데 근거로 이용할 만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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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권의 전이지대와 개신(改新)(2012, 고3, 7월)

어떤 지역이 언어적으로 분화하여 그 지역 안에 각각 다른 언어 특징을 지닌 소지역들이 있다면 그 지역을 몇 갈래의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지역을 언어 차에 의해 나누는 것을 방언구획이라고 하며, 이러한 방언구획에 의해 나누어진 각 지역을 방언권이라 한다. 그리고 방언권들 사이의 경계를 방언경계라고 한다. 방언경계 지역에는 무지개에 색깔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두 방언권의 언어 특징들이 뒤섞여 나타나는 접촉지대가 있는데, 이를 전이지대(轉移地帶) 또는 전이지역(轉移地域)이라고 한다. 가령 벼를 한 방언권에서는 ‘베’라 하고 그 이웃 방언권에서는 ‘나락’이라고 할 때, 전이지대에서는 ‘베’와 ‘나락’이 거의 같은 세력으로 뒤섞여 쓰인다. 그곳에서 한 쪽으로 가면 점차 ‘베’의 세력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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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2인칭 대명사(2012, 6월모평)

듣는 이를 가리키거나 부르는 국어의 2인칭 대명사로는 ‘너, 너희, 자네, 당신, 임자, 그대, 여러분, 귀하(貴下), 노형(老兄), 제군(諸君)’ 등이 있다. 이 외에 ‘자기’도 요즈음 젊은 층에서 2인칭 대명사로 자주 쓰이고 있다. 아주낮춤 말인 ‘너’는 말하는 이보다 손아래의 사람에게 쓰거나 미성년 또는 같은 또래의 친한 친구 사이에 쓴다. ‘너희’는 듣는 이가 같은 또래의 친구나 아랫사람일 경우, 그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을 이를 때 사용한다. 예사 낮춤 말 ‘자네’는 ‘당신’보다는 낮고 ‘너’보다는 높은 말이다. 듣는 이를 대접하고자 할 때 ‘너’ 대신에 사용한다. 연배가 있는 사람이 친교가 있는 동년배나 손아랫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당신, 임자, 그대’는 예사 높임 말이다. ㉠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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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2012, 고3, 4월)

음성언어가 음성으로 표현되고 청각으로 이해되는 체계임에 비해 수화는 손 운동 등으로 표현되고 시각으로 이해되는 체계이다. 또한 수화는 음성언어에 비해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형태소가 발달되지 않아서 주로 어순이나 수화의 맥락 등에 따라 그 문장성분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예쁘다} {꽃}*’의 순서로 수화하면 {예쁘다}가 어미의 활용 없이 ‘꽃’을 꾸미는 관형어가 되지만, ‘{꽃} {예쁘다}’의 순서에서는 {예쁘다}가 서술어가 되는 것이다. 수화는 손을 사용하는 수지 신호와 손 이외의 얼굴이나 눈썹의 움직임, 입 모양 등의 비수지 신호로 의미를 전달한다. 비수지 신호는 수지 신호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일반적인 음성언어 상황에서 사용되는 비언어적 요소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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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국어에서의 구개음화(2012, 고3, 3월)

17세기 초부터 19세기 말까지인 근대 국어에서 가장 현저한 음운 변화의 하나는 구개음화이다. 구개음화는 현재 끝소리가 ‘ㄷ, ㅌ’인 형태소가 모음 ‘ㅣ’나 반모음 ‘[j]’*로 시작되는 형식 형태소와 만나 ‘ㄷ, ㅌ’이 ‘ㅈ, ㅊ’이 되는 현상으로 정의되고 있는데, 원래 구개음화란 구개음이 아닌 자음이 어떤 음운의 영향을 받아 구개음이 되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따라서 국어사에서 구개음화는 모음 ‘ㅣ’나 반모음 ‘[j]’ 앞에서 ‘ㄷ, ㅌ, ㄸ’이나 ‘ㄱ, ㅋ, ㄲ’이 구개음인 ‘ㅈ, ㅊ, ㅉ’이 되고, 그 밖의 몇몇 자음이 같은 조건에서 구개음이 되는 현상을 모두 포괄한다. 구개음화는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에 남부에서부터 시작하여 북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1824년에 나온 유희의 『언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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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통한 인식의 지평 넓히기(2005, 수능)

괴테는 젊은 시절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면서 “나의 조국을 알기 위해서 이탈리아로 가노라.” 하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언어를 이해하는 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어를 통해서 한국어에 없는 문법 장치를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언어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때로는 한국어의 고유성에 대한 재확인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철수가 축구를 하였다.”라는 문장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 문장으로는 화자가 ‘철수가 축구한 것’을 직접 보았는지 아니면 남으로부터 들었는지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콜롬비아의 토속어인 투유카 어에서는 이것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장치가 있다. 화자의 목격 여부가 동사에 형태적으로 표시 되는데 그것을 ‘증거법’이라고 부른다. díiga apéwi (그가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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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표음성(2011, 수능)

조선 시대 역관들에게는 중국의 한자음을 정확히 익히는 일이 중요했다. 중국에서는 한자의 발음 사전인 운서(韻書)에서 한자음을 초성과 중․종성으로 이분하여 이를 두 개의 한자로 표시하는 반절법을 사용했다. 아래 그림처럼 한자 ‘東’(동)의 발음을 중국의 운서에서는 반절법에 의해 ‘德’(덕)의 초성 [t]와 ‘紅’(홍)의 중․종성 [uŋ]을 이용해 표시했다. 이때 ‘德’과 ‘紅’ 대신에 다른 한자들이 사용될 수도 있었으며, ‘東’이 다른 한자들의 발음 표시에 사용 되기도 했다. ㉠ 이러한 발음 표시 방식은 조선의 역관들이 중국의 한자음을 학습하는 데 효율적이지 못했다. 반면 『사성통해』와 같은 조선의 운서에서는 한글로 발음을 표시했고, 학습자들은 이를 통해 비교적 정확한 중국의 한자음을 익힐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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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 간의 대응 관계로 본 '은유'(2011, 고3, 10월)

‘은유’는 인간의 경험을 드러내고 개념화하는 인지 활동으로 목표 영역을 근원 영역에 의해서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경우, 우리가 표현하려고 하는 새롭고 추상적 경험 세계를 목표 영역이라고 하며, 기존의 구체적 경험 세계를 근원 영역이라고 한다. (가) 인생은 나그넷길이다.(나) 사랑에 빠지다.(가)의 표현에서 ‘인생’은 목표 영역이며, ‘나그넷길’은 근원 영역에 해당하는데, 추상적이며 설명하기 어려운 ‘인생’을 우리의 일상 경험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그넷길’을 통하여 개념화한 것이며, (나)에서 ‘사랑에 빠지다’라는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액체에 빠지다’라는 구체적인 경험을 이용한 것이다.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 간의 대응 관계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은유를 형성하는 근원 영역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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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언어(2011, 9월모평)

한국 사회가 발전하면서 제2 언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난다. 태어나서 처음 습득한 언어를 L1 이라 하고 L1을 습득한 후 배우는 언어를 L2라 할 때, 그들에게 한국어는 L2가 된다. L2를 배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L1도 L2도 아니면서 L1과 L2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갖고 있는 언어를 ⓐ중간 언어라고 한다. 중간 언어의 체계는 L2에 비해 단순하며, L2를 목표로 발달해 간다. 한국어가 L1인 사람과 L2인 사람은 동일한 랑그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장애를 받는 경우가 많다. 랑그란 동일 언어 공동체 구성원의 머릿속에 내재되어 있는 언어 규칙의 총체를 이른다. 한 언어 내의 서로 다른 방언 화자들이 의사소통에 특별히 장애를 받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동일한 랑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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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부정 표현(2011, 고3, 7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문장을 부정문이라고 한다. 국어의 부정 표현은 부정 부사 ‘안’, ‘못’과 부정 용언 ‘아니하다’, ‘못하다’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부정 부사를 통한 부정문을 짧은 부정문, 부정 용언을 통한 부정문을 긴 부정문이라고 한다. ‘안, 아니하다’의 부정은 어떠한 상태를 단순하게 부정하는 상태 부정을 나타내거나, 어떤 동작이 주어의 의지에 의해 일어나지 않은 의지 부정을 나타낸다. ‘못, 못하다’의 부정은 일반적으로 주어의 능력이나 다른 원인 때문에 그 행위가 일어나지 못함을 나타낸다. 그런데 국어의 부정 표현에는 몇 가지 예외적인 현상이 보인다. 우선 형용사가 서술어로 쓰인 문장에서는 의지 부정 표현, 능력 부정 표현이 사용되지 않음을 (1)을 통해 알 수 있다. (1)의 ㄴ,ㄷ에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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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높임 표현의 선택을 결정하는 사회적 요인(2011, 6월모평)

한국어에서는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 높임법 차원에서 서로 구별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다. ‘나이’와 ‘연세(年歲)’, ‘생일(生日)’과 ‘생신(生辰)’, ‘밥’과 ‘진지’ 등의 명사 어휘를 비롯하여 ‘주다’와 ‘드리다’, ‘고맙다’와 ‘감사하다’, ‘미안하다’와 ‘죄송하다’ 같은 동사나 형용사들이 전형적인 예이다. 이러한 단어들이 보이는 높임의 차이는 단어의 종류와 관련이 있어, ‘나이’와 ‘연세’처럼 고유어와 한자어의 의미가 비슷할 경우, 일반적으로 고유어보다는 한자어가 더 높은 말로 쓰인다. 물론 ‘생일’과 ‘생신’의 예처럼 같은 한자어끼리도 높임의 정도에 차이를 보이거나 ‘밥’과 ‘진지’처럼 고유어 가운데서도 높임의 정도가 다른 예들이 있다. 그렇다면 실제 대화에서 한국어 높임 표현의 선택을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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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존재하는 개념을 다른 명칭으로 표현하는 경우(2011, 고3, 4월)

새로 부화된 병아리를 뜻하는 ‘햇병아리’가 경험이 없는 사람인 ‘풋내기’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면서 햇병아리는 풋내기의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이처럼 이미 존재하는 개념을 다른 명칭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명칭의 변화는 ‘의미 사이의 유사성으로 명칭이 변이된 경우’와 ‘의미 사이의 근접성으로 명칭이 변이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의미(s1)를 가리키는 한 명칭(n1)이 있고 s1과 유사한 다른 의미(s2)가 있다고 하자. s2의 명칭(n2)이 없거나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경우 또는 비유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 n1이 s2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의미 사이의 유사성을 근거로 명칭이 변이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산의 중간쯤 되는 곳(s2)을 의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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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근의 의미와 파생어의 의미(2011, 고3, 3월)

파생어는 실질적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이 되는 부분인 어근과, 단독으로 쓰이지 아니하고 항상 다른 어근이나 단어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구성하는 부분인 접사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파생어의 의미는 일차적으로 어근의 의미와 접사의 의미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파생어의 의미가 이와 같이 어근의 의미와 접사의 의미의 합으로 예측될 때, ‘합성성의 원리’를 준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파생어의 의미가 합성성의 원리를 준수하고 있을 때, 그것을 ‘규칙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파생어 ‘걸레질’은 그 의미가 합성성의 원리를 준수한 좋은 사례가 된다. 이 파생어의 의미는 그 어근인 ‘걸레’의 의미와, 동작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인 접사 ‘-질’의 의미로부터 쉽게 예측될 수 있다. 하지만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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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사적 합성어, 비통사적 합성어(2010, 수능)

오늘날 단일어로 여겨지는 ‘두더지’는 본래 두 단어가 결합한 말이다. ‘두더’는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샅샅이 들추거나 헤친다는 뜻을 지닌 동사 ‘두디다’(>뒤지다)에서 왔으며, ‘지’는 ‘쥐’가 변화된 것이다. 따라서 두더지는 ‘뒤지는 쥐’라는 뜻을 갖는 합성어였다. ‘뒤지는 쥐’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지만 ‘뒤지쥐’라고 하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뒤지쥐’가 마치 ‘달리는 차’를 ‘달리차’라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뒤지는 쥐’나 ‘달리는 차’는 국어에서 단어가 둘 이상 결합된 단위인 구(句)를 만드는 방법을 따르고 있으므로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구를 만드는 이러한 방법은 합성어를 만드는 데에도 적용된다. 체언과 체언이 결합한 ‘호두과자’, 관형사와 체언이 결합한 ‘한번’, 부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