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2019 (41)

문학/현대산문

윤흥길, 「날개 또는 수갑」(2019, 고2, 6월)

[앞부분의 줄거리] 동림산업은 제복을 제정하려고 준비위원회를 통해 사원들의 의견을 듣기로 한다. 사원들은 반대하지만 준비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제복 제정을 결정하고, 회사는 재단사를 불러 사원들의 치수를 재며 제복 도입을 강행한다. “거기 있을 줄 알았지. 나야, 장이야. 우기환이도 같이 있나?” 전화를 받자마자 장상태가 낮고 빠른 말씨로 지껄여왔다. “즉각 들어와 줘야겠어. 과장이 잔뜩 뿔따구가 나갖구 방금 사장실로 들어갔어.” “재단사들은 다 철수했나?” “아직 다른 사무실을 돌고 있어. 그 친구들이 철수하기 전에 자네가 들어와야 일이 무사해질 것 같애.” “지금은 들어가고 싶잖아. 친구가 찾아와서 잠깐 외출했다고 그래.” “재는 거야 상관없잖아. ㉠ 입고 안 입는 건 그 후의 일인데 뭘 그래.” 민도식..

독서/인문

자아상태와 스트로크(2019, 고2, 6월)^

에릭 번이 창시한 ‘교류 분석 이론’은 심리 치료 및 상담에 널리 활용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 개념들로 ‘자아상태’와 ‘스트로크’가 있다. 자아상태 모델은 인간의 성격을 A(어른), P(어버이), C(어린이)의 세 가지 자아상태로 설명하며, 건강하고 균형 잡힌 성격이 되려면 세 가지 자아상태를 모두 필요로 한다고 본다. 이때 자아 상태란 특정 순간에 보이는 일련의 행동, 사고, 감정의 총체를 일컫는 것이므로 특정 순간마다 자아상태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김 군이 교통이 혼잡한 도로에서 주변 상황을 살피며 차를 몰고 있다. 그때 갑자기 다른 차가 끼어든다. 뒤따르는 차가 없는 것을 얼른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충돌을 면한다. 이때 김 군은 ‘A 자아상태’에 놓여 있다...

문학/고전시가

이세보, 「상사별곡」(2019, 고2, 3월)

[A] 황매 시절 떠난 이별 만학단풍 늦었으니 상사일념 무한사는 저도 나를 그리려니 굳은 언약 깊은 정을 낸들 어이 잊었을까 인간의 일이 많고 조물이 시기런지 삼하삼추 지나가고 낙목한천 또 되었네 운산이 멀었으니 소식인들 쉬울손가 대인난 긴 한숨의 눈물은 몇 때런고 흉중 의 불이 나니 구회간장 다 타 간다 인간의 물로 못 끄는 불이라 없건마는 ㉠ 내 가슴 태우는 불은 물로도 어이 못 끄는고[B] 자네 사정 내가 알고 내 사정 자네 아니 ㉡ 세우사창 저문 날과 소소상풍 송안성의상사몽 놀라 깨여 맥맥히 생각하니 방춘화류 좋은 시절 강루사찰 경개 좇아 일부일 월부월의 운우지락 협흡할 제 청산녹수 증인 두고 차생백년 서로 맹세 못 보아도 병이 되고 더디 와도 성화로세 오는 글발 가는 사연 자자획획 다정터니 엇지..

문학/고전산문

박지원, 「민옹전」(2019, 고2, 3월)

옹은 말을 할 때면 장황하게 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대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꼭 들어맞지 않는 것이 없었고 그 속에 풍자를 담고 있었으니, 달변가라 하겠다. 손님이 물을 말이 다하여 더 이상 따질 수 없게 되자 마침내 분이 올라, ㉠ “옹께서도 두려운 것을 보셨겠지요?” 하니, 옹이 말없이 한참 있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두려워할 것은 나 자신만 한 것이 없다네. 내 오른쪽 눈은 용이 되고 왼쪽 눈은 범이 되며, 혀 밑에는 도끼를 감추고 있고 팔을 구부리면 당겨진 활과 같아지지. 차분히 잘 생각하면 갓난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나, 생각이 조금만 어긋나도 짐승 같은 야만인이 되고 만다네.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장차 제 자신을 잡아먹거나 물어뜯고 쳐 죽이거나 베어 버릴 것이야. 이런 까닭..

문학/현대산문

김원일, 「손풍금」(2019, 고2, 3월)

남파 간첩으로 체포되어 21년을 복역하고 작고한 작은할아버지의 생애를 석사 논문의 주제로 삼은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과거사를 묻는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반응을 이끌어내려 노력하는 한편, 다른 가족에게서도 작은할아버지의 행적에 관한 증언을 듣고 기록한다. (가) 작은할아버지의 생애와 그분이 살았던 시대를 두고 석사 논문을 쓰겠다는 마음이 애초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분이 설령 남이라 해도 분단 현실에 희생양으로서 당신 생애가 관심을 끌 만했는데, 제삼자가 아닌 바로 우리 집안 어른이었다. 논문 부제로 붙인 ‘분단 시대 어느 사회주의자의 생애’에 합당한, 고난으로 점철된 그분 생애는 누구든 정리해 볼 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 화해 물꼬가 햇볕 정책이란 이름으로 트이자 북한에 ..

문학/현대운문

나태주,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대숲바람 소리」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남의 집 대숲바람 소리 속에는 밤사이 내려와 놀던 초록별들의 퍼렇게 멍든 날개쭉지가 떨어져 있다.어린날 뒤울안에서 매 맞고 혼자 숨어 울던 눈물의 찌꺼기가 비칠비칠 아직도 거기 남아 빛나고 있다. 심청이네집 심청이 빌어먹으러 나가고 심봉사 혼자 앉아 날무처럼 끄들끄들 졸고 있는 툇마루 끝에 개다리소반 위 비인 상사발에 마음만 부자로 쌓여주던 그 햇살이 다시 눈 트고 있다, 다시 눈 트고 있다. 장 승상네 참대밭의 우레 소리도 다시 무너져서 내게로 달려오고 있다.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남의 집 대숲바람 소리 속에는 내 어린날 여름냇가에서 손바닥 벌려 잡다 놓쳐버린 벌거벗은 햇살의 그 반쪽이 앞질러 달려와서 기다리며 저 혼자 심심해 반짝이고 있다.저 혼자 심심해 물구나무 서 보이고 있다..

문학/현대운문

이용악, 「하늘만 곱구나」(2019, 고2, 3월)

집도 많은 집도 많은 남대문턱 움 속에서 두 손 오구려 혹 혹 입김 불며 이따금씩 쳐다보는 하늘이사 아마 하늘이기 혼자만 곱구나 거북네는 만주서 왔단다 두터운 얼음장과 거센 바람 속을 세월은 흘러 거북이는 만주서 나고 할배는 만주에 묻히고 세월이 무심찮아 봄을 본다고 쫓겨서 울면서 가던 길 돌아왔단다 띠팡을 떠날 때 강을 건늘 때 조선으로 돌아가면 빼앗겼던 땅에서 농사지으며 가 갸 거 겨 배운다더니 조선으로 돌아와도 집도 고향도 없고 거북이는 배추꼬리를 씹으며 달디달구나 배추꼬리를 씹으며 꺼무테테한 아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배추꼬리를 씹으며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누 첫눈 이미 내리고 이윽고 새해가 온다는데 집도 많은 집도 많은 남대문턱 움 속에서 이따금씩 쳐다보는 하늘이사 아마 하늘이기 혼자만 곱구나 ―..

독서/과학

상과 상변화(2019, 고2, 3월)

물질은 여러 가지 다른 상(phase)으로 ⓐ 존재할 수 있다. 물질의 상이란 화학적 조성은 물론 물리적 상태가 전체적으로 균질한 물질의 형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고체, 액체, 기체로 ⓑ 구분된다. 고체는 일정한 부피와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각자의 위치를 중심으로 결합되어 서로 고정된 상태이다. 액체는 일정한 부피를 가지나 모양이 일정하지는 않으며,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 간 인력이 분자 위치를 고정할 만큼 강하지 못하여 분자가 액체 내부를 무질서하게 돌아다니는 상태이다. 기체는 부피와 모양이 모두 일정하지 않으며,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 간 인력이 매우 작은 편으로 기체의 분자 간 평균적인 거리는 고체나 액체일 경우에 비해 매우 먼 상태이다. 물질은 압력과 온도 조건의 변화에 ..

독서/사회

이자율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2019, 고2, 3월)

우리는 소비를 할 때 벌어들인 소득 전부를 지출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하기도 하고, 대출을 받아 자신이 벌어들인 소득보다 많이 지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적금에 가입해 미래에 있을 지출에 대비하거나 대출을 받아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여러 해에 걸쳐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소비는 여러 기간에 걸친 자금의 흐름을 고려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저축과 대출 등의 금융 행위와 그것의 수익과 비용을 결정하는 이자율은 소비 계획의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이자율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2기간 소비 모형’을 가정하자. 가상의 소비자 K는 1기와 2기의 두 기간만 생존하며, 1기와 2기에 각각 소득 M1과 M2를 얻는다. 이때 1기 소비 지출액과 2기 소비 지출액..

독서/인문

관객은 공포 영화의 괴물을 왜 무서워하는가(2019, 고2, 3월)

누군가 자신이 불행한 일을 겪었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그에게 동정심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자신의 이야기가 전부 꾸며낸 것이라고 말한다면, 더는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감정은 그 감정을 유발하는 대상이나 사건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허구임이 분명한 공포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 괴물과 그 괴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허구적 사건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는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래드포드는 허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해 감정 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허구의 역설’이라 규정하고, 다음 세 가지 전제를 제시하였다. 전제 1. 우리는 존재한다고 믿는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전제 2. 우리는 허구적 사건이나 인물은 ..

독서/사회

비합리적 경매로 인한 '승자의 저주'(2009, 고3, 7월)

경매에서 존 레논의 기타가 구입 가격의 1만 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경매에서 낙찰의 기쁨을 얻은 승자는 그 상품에서 얻을 수 있는 자신의 기쁨만큼 가격을 지불했고, 판매자도 높은 가격에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낙찰자가 얼마 가지 않아 레논의 기타에 싫증을 낸다면, 그 물건이 과대평가되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의 낙찰가가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결코 합리적인 가격 수준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원유의 채굴권이 경매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누구도 매장량과 상업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 A가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가장 정확하게 가치를 산정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경매에서 채굴권이 A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가장 낙관적으로 과대평가한 B..